“당연하기에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보편(적인 정체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편의 또 다른 이름이 특권이라는 사실도 잊는다.”

책의 초반부에 나온 한 글귀이다. 내 정체성에 대해,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해, 그리고 ‘당연하다’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성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막연히 존중해 줘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무관심한 건 아닐까. 책에서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인터뷰 속에서 그들의 생활을 들을 수 있다. 에이 섹슈얼(무성애), 퀘스처너리(성 정체성이나 사회적 성, 성적 지향을 확립하지 못한 경우뿐만 아니라 확립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포함) 같은 생소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면 조금씩 다른 의미의 단어들를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지정 성별과는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있거나 어느 한쪽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 사회에서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니 드러내지 못했다. 사회가 정해준 역할이 아닌 나 자신으로 있으려는 노력은 사람들의 시선, 알게 모르게 드러나는 차별로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들은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숨겼다.

그들은 잦은 이직 또는 콜센터와 같이 사람들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직업을 주로 가지고 있었다. 이외에도 책에서는 단순히 퀴어에 대해서만 다루지도 않는다. 우리가 ‘평범’이라고 말하는 것들에서 조금은 다른 사람, 그것은 사회가 보는 여성성에서 벗어난 여성일 수도 있고 편견이 보는 장애인일 수 있는 소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오히려 소수성이 눈에 띄게 된다. ‘당연하지 않은 이들(소수자)’에게 ‘당연하지 않은 것(형평을 위한 보상)’을 인위적 방법(사회제도 마련)으로 주려 할 때 외려 “특혜다”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책의 후반에 작가는 오랜만에 다시 그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다. 그들은 여전히 다름없이 일하고 있었고 새로운 직장에 일하기도 하였으며 인권 운동단체에 들어가기도 하는 등 변함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내가 퀴어인 걸 사람들은 모르잖아요. 그게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그들, 그리고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 한다고 생각한다.

“60대의 좋은 삶이라고 하면 돈 많은 삶밖에 안 떠오르잖아요. 살 만한 좋은 삶에 대한 이 사회의 상상력이 너무 좁은 거예요.”
<글=청소년기자단 김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