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배산 꼭대기에 자리잡은 청동기유적지 아래에 위치한 우물이 있다.

바로 찬우물이다.
청동기유적지 청동기인들이 이용한 우물이기도 했고, 장갯말 동네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동우물이기도 했다.

아마 곰달이라 불리는 곰달족도 이 물을 먹었을까?
달족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봉배산에서 살던 청동기인들을 곰달족이라고 이름 붙여 보았다. 

마을마다 대동우물이 있었다.
부천의 고리울, 샘말, 강상골, 멧마루, 까치울 등에도 우물은 있었다.

그런데 도시개발로 대동우물은 대부분 사라지고 남아 있는 우물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남아 있더라도 그저 시늉에 불과할 뿐이다.
 

봉배산 찬우물 <한도훈>

 
현재의 찬우물은 고강청동기 유적공원 안에 있다. 옛날 우물이 사각형으로 되어 있다고 증명하듯이 사각형 돌들로  짜맞춰져 있다.
 

찬우물 글씨

찬우물의 맑은 물

찬우물아래에 있던 미나리꽝

찬우물 아래는 예전 그대로 노깡으로 불리는 토관이 묻혀져 있다. 그 위를 덮고 있는 것은 쇠철망이다. 쇠철망안에는 온갖 쓰레기를 던져 놓아서 우물인지 쓰레기통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거기다가 개여뀌가 우물 가득 피어 있어 우물인지 전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단지 찬우물이라는 안내 표지석이 있다. 그 표지석만으로는 찬우물을 가늠하기 어렵다. 

원래 찬우물은 장갯말 맨 위쪽에 자리를 하고 있었다. 찬우물을 빙둘러 측백나무를 심어놓았다. 측백나무가 우거져서 가을에는 뱀이 나오기도 했다.

향나무를 대신해서 심은 측백나무는 찬우물이 부정을 타지 않는 청정수가 되기를 바라는 장갯말 마을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원래는 우물 주변에 향나무를 많이 심었다. 물론, 여름이면 빨갛게 익어가는 앵두나무도 많이 심었다.

그러기에 마을 사람들은 뱀이 나오지 않기를 빌면서 시루떡을 갖다 놓기도 했다. 숲이 우거져서 사계절 마르지 않고 차디찬 물이 펑펑 솟아나왔다.
 

측백나무에 둘러싸인 찬우물 <한도훈>

찬우물 아래로는 밭이 있었고, 밭도랑으로 개울물이 흘렀다. 그곳에는 미나리들이 자라고 있었고 시멘트로 1982년 6월 12일이라고 새겨놓았다. 찬우물 주변에 시멘트를 바르고 주변을 정리한 날을 기록해 둔 것이었다.

이제 이 기록도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찬우물을 떠 먹던 마을 어르신들은 청동기 유적공원을 만든다는 이유로 다른 곳으로 이주를 했기에 찬우물에 대한 추억만 간직하고 있다.

 

2000년도에 찍은 측백나무

찬우물 바로 위에 집이 한 채 있었다. 그 집 뒤로 돌아가면 밭이 있고, 그 밭 가장자리에 백여년 정도 된 측백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 측백나무는 현재 청동기 유적공원 입구에 당당하게 서 있다.

그렇지만 외롭다. 다른 측백나무들은 모두 잘려나가 휑하니 비어 있기 때문이다. 찬우물 근처에서 살아남은 녀석은 이 측백나무 뿐이다.

찬우물이 있는 곳은 고리울 청동기문화제 축제 때만 이용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찬우물은 장갯말의 역사임과 동시에 부천시의 역사유물이기에 원래되로 복원이 되어서 소중하게 보존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부천향토유적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찬우물 주변을 측백나무가 우거진 예전 모습으로 복원해야 한다. 현재의 우물은 흉내만 냈고, 그저 표지석만 있는 최고의 졸작품이 되어 버렸다.

 

한도훈

한도훈 1961년 전남 나주의 농촌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역사, 문학 등을 좋아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문학인으로 창작활동에 매진해 왔다.
부천에 터를 잡기 시작한 것은 1989년도이다. 이때부터 책사랑 도서실 운영, 부천시민신문 기자, 부천실업학교 국어교사, 부천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 부천문화원 백일장 심사위원장, 부천시립도서관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부천이뉴스, 미추홀신문, 월간 사람과 사람들에서 편집인, 편집국장으로 일을 했다.
부천문화원 향토사 체험학습 강사를 하면서 부천지역 역사탐방을 진행했다. 부천 지역사회교육협의회에서 부천역사문화 해설사 과정에서 강사로 참여했고, 부천시 향토역사퀴즈왕 선발대회 총괄 주관을 맡기도 했다.
콩나물신문사 편집위원장으로 ‘내고향 부천이야기’ 연재를 했으며, 부천향토연구회 콩시루에서 부천역사 해설사 강좌를 진행해오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 인천작가회의 회원, 시와문화 작가회 회원, 시산맥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천 역사문화 관련 집필로는 ‘부천시사 땅이름 분야 집필’ ‘부천의 땅이름 이야기’ ‘신나게 부천을 배우자’ ‘장말도당굿’ ‘부천역사문화투어’ ‘고리울 가는 길’ ‘대장 마을 가는 길’ ‘대장 마을 사진집’ 등이 있다. 소설집으로 ‘벌거벗은 신들의 세상1, 2’가 있으며 동화로는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소라의 용못’ 등이 있다. 시집으로는 ‘오늘, 악어떼가 자살을 했다’ ‘홍시’ ‘코피의 향기’가 있다. 시와문화 신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