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명의 재산도 내 것? 법원. 배우자 기여 인정되면 재산분할 대상

민법 제839조의2는 이혼 시 부부의 공동재산을 분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혼인 중 한 배우자 명의로 취득한 재산의 경우,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와 관련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남편, 원고)와 B(아내, 피고)는 1991년 4월에 결혼하여 약 30년간 혼인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혼인기간 동안 A는 의사로 일했고, B는 가사와 자녀양육을 전담했습니다. 1995년에는 A 명의로 서울 소재 아파트를 매수했으며, 1998년부터 2003년경까지 A는 경기도 용인에서 병원을 운영했습니다. 이후 2004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부부는 미국에서 거주하며 A가 병원을 운영했습니다. 2020년부터 별거를 시작한 후 A가 B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는 A의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재산분할 비율을 A 30%, B 70%로 정했습니다. 이는 1심 판결을 수정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함에 있어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먼저, 혼인기간 동안 A가 의사로서 경제활동을 했고 B가 가사와 양육을 전담한 점을 감안했습니다. 또한, B의 부모가 신혼집 마련을 지원한 사실도 고려대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B가 1998~2021년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C물산 주식이 B의 특유재산일지라도, A가 이들의 혼인 기간에 경제활동을 하면서 해당 주식의 가치 유지 및 감소 방지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있어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A가 혼인 기간 대부분 의사로서 경제활동을 했고, 그 소득 중 상당 부분을 B가 관리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B가 혼인기간 중 C물산으로부터 지급받은 배당금 역시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며 "B가 C물산으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배당금을 원천으로 해 B의 C물산 주식수가 증가한 이상, 이는 부부 공동재산을 통한 주식 수의 증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의 의의는 혼인 중 한 배우자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라도 다른 배우자의 직·간접적 기여가 인정된다면 실질적인 부부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특유재산의 재산분할 대상 포함. 즉, 재판부는 B가 증여받은 C물산 주식이 B의 특유재산일지라도, A의 경제활동이 해당 주식의 가치 유지에 기여했다고 인정하여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특유재산이라도 배우자의 간접적 기여가 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둘째, 배당금의 부부공동재산 인정. B가 C물산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부부공동재산으로 인정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한 배우자의 특유재산에서 발생한 수익이라도 다른 배우자의 기여가 인정된다면 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셋째, 간접적 기여의 인정 범위 확대. A의 경제활동이 B의 주식 가치 유지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고 본 점은, 재산분할에서 간접적 기여의 인정 범위를 넓게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넷째, 형평성 고려. 재판부가 A의 경제활동과 B의 가사 및 양육 분담을 모두 고려하여 재산분할 비율을 정한 것은, 부부의 역할 분담에 따른 기여도를 균형 있게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기존 판례 취지를 재확인하고 구체화한 것으로, 특히 재산분할 시 각 배우자의 직·간접적 기여도를 더욱 세밀하게 평가하고, 명의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부부공동재산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혼인 중 경제활동과 가사분담의 가치를 동등하게 평가하고, 실질적 공평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재산분할 실무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다만, 각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혼 소송 당사자들은 본인의 기여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