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이혼 소송에서 혼인관계 파탄 이후에 발생한 배우자의 유책행위도 위자료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이혼 위자료 산정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피해 배우자의 보호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원고(아내)는 혼인 기간 중 피고(남편)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 일방적 지시 등을 당하다가 2020년 8월 28일 가출했습니다. 이후 2020년 10월 17일 피고를 상대로 이혼, 위자료 2,000만 원, 재산분할, 자녀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한 적이 없고, 혼인관계는 이 사건 본소 제기일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는 자신이 원고를 상대로 공동감금 범행을 저지른 2022년 11월 10일 무렵에야 비로소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자녀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이미 2020년 10월 17일 무렵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주된 책임이 피고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피고의 공동감금 범행이 혼인관계 파탄 이후에 발생했으므로 이는 파탄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고 보아, 이를 위자료 산정에서 제외하고 위자료를 1심의 2,0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감액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원심을 확정하였습니다(대법 2024므11526 이혼등 (본소), 2024므11533 재산분할등 (반소) 참조).

대법원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은 이혼의 원인이 되는 개별적 유책행위의 발생부터 최종적 이혼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경과가 전체로서 불법행위로 파악되어 최종적 이혼시점에서 확정, 평가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액수 산정 시에는 혼인관계 파탄 이후 최종적 이혼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모든 사정이 포함되며, 개별적 유책행위에 대해 별개의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적 판단을 바탕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가 저지른 공동감금 범행과 자녀에 대한 반복적인 신체적 학대행위도 위자료를 정하는 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측에서 원심 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는 데 그쳤습니다.

위 판결의 의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위자료 산정 범위를 명확히 확장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혼인관계 파탄 후에 발생한 불법행위도 위자료 산정에 포함되어야 하며, 최종 이혼 시점까지의 모든 유책행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둘째, 피해 배우자에 대한 보호를 한층 강화했습니다. 파탄 이후의 추가적 불법행위도 위자료 산정에 반영함으로써, 별도의 손해배상청구 가능성과 관계없이 이혼 절차 내에서 피해 배우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셋째, 이혼 위자료의 법적 성격을 보다 명확히 했습니다. 이혼 위자료는 단순히 개별적 유책행위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혼인관계 전체에 대한 평가로서 최종 이혼 시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함을 분명히 했습니다.

넷째, 법원 실무에 중요한 지침을 제공했습니다.

박병규칼럼

 대법원은 위자료 산정 시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배우자의 연령과 재산상태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향후 유사 사건에서 법원이 따를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본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매우 타당하며, 특히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이혼 위자료의 본질적 성격을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이혼 위자료는 단순히 개별적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혼인관계 전체에 대한 종합적 평가의 성격을 가집니다.

둘째, 파탄 이후의 불법행위를 위자료 산정에서 제외한다면, 오히려 악의적인 배우자를 이롭게 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이러한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시정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봅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파탄 이후 발생한 불법행위의 경중과 그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추가로 정립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향후 판례의 축적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