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는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제도이지만, 그 출발점은 언제나 회생계획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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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이 ‘미확정’ 상태였는데, 그 전 기간까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면 과도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판결은, 회생계획안에 적힌 단 한 줄의 문구가 채권의 변제기와 이자 발생 시점을 좌우할 수 있으며, 미확정 회생채권이라 하더라도 이자가 이미 과거부터 발생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사안의 개요 원고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참여하였다가 사업이 무산되면서 회생절차에 들어간 회사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는 보증보험회사인 피고와 이행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한 뒤 구상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피고는 회생절차에서 구상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했지만, 원고의 관리인은 그중 상당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고, 이에 따라 해당 채권은 ‘미확정 회생채권’상태로 조사확정재판과 그 이의소송이 장기간 계속되었습니다.
한편, 회생계획안에는 ① 미확정 회생채권은 “향후 확정될 경우, 그 권리의 성질 및 내용에 비추어 가장 유사한 회생채권의 권리변경 및 변제방법에 따라 변제한다”고만 정하고, ② 변제기를 따로 특정하지 않았으며, ③ 변제기일을 지키지 못할 경우 “변제기 다음 날부터 연 10%의 이자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지연손해금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수년간의 소송 끝에 피고의 회생채권이 확정되자, 원고는 “채권이 확정되기 전 기간에 대한 지연손해금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채무부존재확인을 구하게 됩니다.
원심법원의 파단 원심법원은 이 사건 미확정 회생채권의 변제기는 가장 유사한 회생채권의 변제기에 따라 이미 도래하였고, 회생계획상 지연손해금 조항도 부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채무부존재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23다239756 판결). 대법원은 먼저 회생계획 해석의 기본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인가된 회생계획은 법률행위의 해석 방법에 따라 해석하여야 하고,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 회생계획안 작성 경위, 회생절차 이해관계인들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리고 문제된 회생계획 문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회생계획에서 미확정 회생채권 등에 대하여 ‘향후 확정될 경우, 그 권리의 성질 및 내용에 비추어 가장 유사한 회생채권 등의 권리변경 및 변제방법에 따라 변제한다.’라고만 정하였을 뿐 변제기에 관하여 달리 정한 바 없다면, 채무자는 가장 유사한 회생채권의 변제기에 따라 미확정 회생채권을 변제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미확정 회생채권과 가장 유사한 채권이 ‘미확정 구상채권’이었고, 그 변제기는 보증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날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채권이 사후적으로 확정되었더라도, 변제기 자체는 이미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울러 회생계획에 포함된 지연손해금 조항과 관련하여서도 대법원은, “회생계획에서 회생채권 등에 관한 기왕의 변제기를 유예하면서 그 변제를 지체할 경우 지급할 지연손해금의 이율을 정하였다면, 이는 채무자가 회생계획에 따른 이행을 지체할 경우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만, 그 지연손해금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는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연 10%의 지연손해금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이 정리해 준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미확정 회생채권이라고 해서 변제기까지 자동으로 늦춰지는 것은 아니다는 점입니다.회생계획에서 변제기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가장 유사한 회생채권의 변제기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둘째, 회생계획에 포함된 지연손해금 조항은 단순한 ‘이자 규정’이 아니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그 부당성 판단은 사후적으로, 그것도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실무에서 회생계획안을 작성할 때, 미확정 채권에 대해서는 “확정되면 그에 따라 변제한다”는 식의 추상적인 문구로 정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그 추상성이 오히려 채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변제기를 명확히 유보하지 않는 이상, 법원은 회생계획을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를 구속하는 규범으로 보고, 이미 정해진 가장 유사한 채권의 변제기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해석합니다.
회생절차는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제도이지만, 그 출발점은 언제나 회생계획안입니다. 이번 사건처럼, 회생계획안 문구 하나가 수년치 지연손해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회생계획안을 “일단 인가부터 받자”는 관점에서 작성하면, 그 대가는 훗날 매우 구체적인 숫자로 돌아옵니다. 미확정 회생채권이 문제 되는 사건이라면, 변제기와 지연손해금의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둘 것인지를 반드시 문언으로 분명히 남겨두어야 합니다.
회생은 끝났는데, 분쟁은 끝나지 않는 이유. 그 답은 종종 회생계획안의 작은 문장 속에 숨어 있습니다.
이음플러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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